바람도 가야할 길이 있다니 해류가 바다 속의 길(道)이나 골, 온도 그리고 염분의 밀도에 따라 흐르듯, 바람도 공기 속 길을 따라 흐른다. 길 건너편에는 동서로 난 길(골)을 따라 바람이 무시로 불었고 나무들은 가지를 벌리고 바람을 맞이했다. 나무들은 팝 컨서트에 온 젊은이들이 손을 들어 박수치는 모양으로 가지를 흔들었다. 길 건너 나무들은 8월의 바람에 열광하는 듯 했다. 정작 내 주변의 나무들은 숨 죽인 채 8월의 염천을 노려보고 있다.계절이 바뀌려면.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어야 한다. 금년 8월에는 비가 오지 않았고, 바람의 방향에도 두서가 없었다. 때론 북서, 때론 동남, 때론 동, 서를 가리지 않았다. 바람은 잔잔했고 부는 시간도 짧았다. 바람이 멈추면 숨이 턱턱 막혔다.
......떠 다닐 수 있는 것에 대한 허전한 묵상 여기는 아스팔트 위, 8월이 지글거리며 익는다. 길 위에서 나는 일한다. 일이라기 보다, 어쩌면, 생이라는 것에 쓸데없이 끌려다니다, 어쩔 수 없이 여기까지 왔고, 품을 팔게 되었다. 일당을 정산한 후, 까맣게 내린 밤을 따라 집으로 가는 여벌의 시간은 헐겁다. 나의 노동이란 이렇게 하찮은 것이다. 8월동안 하루에 300ml의 보온병에 냉수를 대여섯번 씩 채웠다. 몇 모금의 갈증으로 보온병의 찬물은 바닥이 난다. 새로 채운 물은 8월의 태양과 열기에 달궈진 육신의 빈 속으로 흘러들었다. 하지만 나는 허기와 같이 갈증이 시작되는 그 허황한 빈 곳을 알지 못한다. 그 허황한 빈 곳에 채워진 물이 넘치는지 몸의 거죽으로 배어나와 땀이 되었다. 기진할 정도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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