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골목
그 안이 텅비어 바깥마저 사라져버린 것들... 언제였던가...... 저런 곳에 쪽방을 얻어 살던 생애의 언저리가 있었어. 오후가 익어가면 철길을 따라 열차가 지나갔어. 어느 작가는 여기를 '국도의 끝'이라고 했지. 그렇지만 끝은 무토막 자른듯하지 못해서 끝을 찾지 못했어. 아니 그보다는 찾지 않고 그 끝에 잠시 머물기로 한 것 같아. 노을빛이 철길을 건너 온 그 날, 끓는 다싯물에 돼지고기와 묵은 김치를 잘라 넣으며, 사는 게 재미없지만, 간혹, 이유없이, 아름답다는 것 때문에, 이 놈의 인생이라는 것을 조금 용서해주기로 했지. 골목의 집들은 하나씩 비었어. 불빛들이 사라지고 창의 유리창이 깨지더니 벽에 이끼가 끼고 균열이 생겼지. 사람을 위하여 만든 것들이 마침내 사람이 사라져버리면, 얼마나 착찹한 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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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5. 29.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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