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금니 깊숙히 찔러 넣은 마취주사 때문에 목구멍 절반이 마비된 채, 건널목에 서서 가을 속으로 햇빛을 쨍쨍 반사하며 질주하는 차들 너머로 몽롱한 거리를 보았다. "물질이 없는 정신만 있는 현실이라는 것이 존재할까?" 있을 수 있겠지만, 물질과 정신이 마구잡이로 뒤섞여 물질이 정신의 한계를 짓고 정신이 물질에 영향을 미치는 이 사바 세계와는 다르리라는 것,물질이라는 한계가 없는 쾌락과 고통으로 가득한 현실이 존재하며, 그 쾌락과 고통에는 몸이 없으리라는 것, 그것이 결론이었다.ix-xmmxiv
외로움을 느껴보지 못한 남자의, 한 여자에 대한 사랑 시간을 보내기 위하여 추억하거나 생각을 해야만 합니다. 아니면 실명이 심해지면서 거의 글을 쓸 수 없었던 보르헤스처럼 입 속으로 자신의 환상을 계속 되새기며 짧은 소설을 연금해 내던가 말입니다. 해가 떠오를 즈음, 까마귀가 날아다녔지요. 플라터너스의 우듬지에 제비가 날아다니더니 전선 위에 새 한마리가 앉았습니다. 아주 못생기고 삐쩍 말랐지만, 새벽의 새소리는 한 모금의 샘물처럼 시원했습니다. 아스팔트 위로 노란 아침 햇살이 드리워지고, 그림자가 서쪽을 향하여 걸어갔습니다. 그러자 환청처럼 여름 냄새가 왈칵 쏟아져 내립니다. 새벽을 맞이하며 인생이나 비극과 같은 것을 떠올리게 되는 이 주책은 무엇인지? 그것보다는 저의 무의미한 나날들 속으로 흘러드는 풍..
들과 길 위에 서서 햇빛에 익고 바람에 마르는 가을을 보내는 일은 좋다. 햇볕은 맑고 따갑지만 대신 바람이 오후의 열기와 그늘에 깃든 서늘함을 비벼댄다. 밤과 새벽 사이, 새벽과 아침의 사이, 오후와 저녁 사이, 저녁과 밤의 사이, 그 분간할 수 없는 변경에서 밤과 새벽, 저녁, 그리고 또 밤이 어떻게 뒤섞이며 시간을 잠식하는가를 보기 또한 좋다. 낮과 밤, 밤과 낮 사이에 가로놓여 있는 무수한 사이와 사이 속으로 흘러드는 풍경의 변화없이 밤과 낮으로 이분되는 단조로운 하루의 무료를 상상할 수 없다. 며칠동안 노을이 좋았다. 구름 한 점 없던 어제는 해가 조용히 졌다. 서산 아래로 해가 지자 들에는 땅거미가 내려앉았다. 어둠이 가라앉은 들 위의 나무의 우듬지나 구릉 위의 이삼층 건물의 지붕 위에는 아직도..
가난한 나의 나날에도 불구하고 20170414 벗꽃이 진다. 그 모습은 꿈 속으로 떨어지는 것처럼 나른하다. 꽃잎은 햇살을 흔들며 떨어지고, 봄날의 땅에 쌓였다.점심 때에 궂어서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오후 내내 내렸다. 20170428 몇일동안 날이 좋았다. 아침 햇살은 꼭 가을 같았다. 오후가 되면 바람이 불었고 추웠다. 20170513 폭염과 영하의 바람 그리고 봄을 지나 도로 건너편 한전 앞 화단에는 장미가 빨갛게 피어나기 시작했다. 20170515 --- 비 내리는 여자 여자를 처음보았을 때 놀랐다. 짙고 넓은 아이라인 때문에 경극 배우같은 모습이었다. 그녀는 파파이스 앞 지하철 통풍구 턱에 앉아 한숨같이 담배연기를 뱉아내고 있었다. 화장과 옷차림 때문에 30대인줄 알았으나, 자세히 보면 낡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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