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납되지 못했던 기억의 22장 10절을 찢어... 왜 저 강물이 허연 김을 풀어내며 얼어붙지 못한 채 겨울의 바닥을 기어가고 있는 지 아는가? 자신의 대륙을 떠나온 새가 캑캑 울며 불면의 밤을 지새우다 죽어버린 이 낯선 섬. 섬이라고 부르기에 너무 옹졸하여 대신할 이름을 찾지 못하여 강이 뻘을 토해낸 이 곳에서 은행나무 잎이 모두 떨어져 내리고 더 이상 추위를 피할 곳을 찾지 못할 때, 강물마저 얼어터져 버린다면 추억을 매장할 외로운 어느 곳을 더 이상 찾을 수 없다. 사공은 강 건너편에서 잠이 들었고, 물에 젖은 검불더미로는 불을 피울 수 없었다. 추위를 면하고자 시간이 남기고 갔던 사랑이라는 것에 마지막 불을 붙였다. 네 편지 속에 깃들었던 향기는 유황냄새 속에 스며들고, 쓰여있던 단어들이 빠지직 거..
잃어버리면 안되는 것을 잊어버리기 위하여, 느껴야 할 것을 단지 생각만 하기 위하여, 글로 쓸 수 없는 것들을 쓰고자 했던 탓에... 강의 칠흑같은 나신으로부터 하얀 김이 올라왔다. 하얀 김은 또 다른 김과 섞이고 추운 대기 속에 풀어지면서 안개가 된다. 강 건너편 강변도로 위의 가로등에서 날라온 빛이 안개의 입자에 부딪혔고 다른 입자로 반사되며, 다시 섬의 외등빛과 함께 비벼진다.그리고 강변의 숲과 가지를 빛으로 감쌌다.안개에 갇혀 날아가지 못한 빛은, 안개 속에 산란하고 또 산란된 빛을 잉태하며 빛의 덩어리가 되었다. 빛의 덩어리는 안개로 풀리며 춤을 추듯 검은 강물을 따라 흘려갔고 섬 주변으로 풀려지고 스민다.잎이 진 은행나무의 단조로운 가지와 미루나무, 은사시나무의 가지들이 섞여 빛을 거스르고 있..
The Pillow Book ; 枕草子 마쿠라노소시(枕草子)에는 '다음날 아침의 편지'(後朝便紙)라는 것이 나온다. 밤을 함께 보내고 새벽에 돌아간 남자가 보낸 편지다. 몸을 섞은 후 서로의 체취가 사라지기 전에 편지를 곧바로 보내지 않거나, 편지에 답장을 하지 않으면 두 사람의 관계가 끊어지고 만다고 책의 귀퉁이에 쓰여 있다. 첫날 하루에 한하는 것인지, 관계를 가질 때마다 편지를 보내야 하는 지에 대해서는 부언되어 있지 않다. 몸보다 글을 나누는 것이 더 중요했던 시대... xiv-viimmxiv 마쿠라노소시는 1001년경 초고가 세이 쇼나곤(淸 少納言)이라는 궁녀(女房)에 의해 완성되었다고 한다. 무라사키 시키부(紫 式部) 또한 같은 뇨보(女房)로 겐지이야기(源氏物語)를 쓴다. 경쟁자이기도 한 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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