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 WAS Rob Davies의 사진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한 신뢰를 상실하게 하며, 지옥의 미학을 펼쳐 보인다. 그의 사진을 보면 늘 보아온 것들에 대하여 강렬한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으며, 밤과 낮의 사이, 빛과 어둠이 살을 섞는 음난한 시간이 얼마나 고독하고 아름다운 것인가를 처절하게 보여준다. 그의 사진에 은빛으로 깃든 외로움은 차라리 정적 속에서 명멸한다. ▶ tim... SOUTHERNDOWN 때론 시간의 속성을 생각해보면 그것이 정적인지 아니면 거대한 소용돌이인지 하면서도 결국 모든 에너지가 너울지며 춤추는 삼라만상의 도가니에 대한 통칭에 불과하다는 인식에 도달하곤 하는 데, 그것은 결국 무의미하다. 차라리 그 에너지를 꾹꾹 눌러닫았을 때 어떤 형식으로 납짝하게 눌리는 지에 대..
세상에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믿는다. 세상을 뒤덮고 있는 갖가지 패륜적인 행위와 악덕을, 처참한 살육과 광란, 굶주림과 질병들을. 그리고 거대한 슬픔에 휩쓸려가고 있음을 나는 믿는다.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되는 일들로 얼룩져 있는 세상은, 갖가지 치욕들과 비굴들, 불법과 불신과 분노와 저주들로 곪아가는데, 이 세상을 부인할 수 없기에 차마 믿을 수 밖에는 없다. 이것이 세상이 강폭한 주먹으로 우리를 복종케하는 첫계명이다.이 계명을 넘지 않고 어찌 진실에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일까?하지만 지금은 가을이다.
자 우리 헤어집시다. 정열의 계절이 우리를 잊기 전에... 예이츠의 詩에는 그렇게 쓰여 있었다. 그런데 말이야... 문득 우리에게는, 너는 성산동에 살았다. 성산동과 합정동, 망원동이 너희 집 근처에 함께 섞여 있었다. 망원동은 그 이름이 아득하게 멀었고, 그 좁은 골목에 난립한 집들과 널린 빨래를 보면, 그들의 생활을 이해하기란 정말 요원했다. 분명히 망원동의 한 가운데 임에도 간혹 합정동이 있었고, 합정동에 의해 밀려난 망원동이 성산동을 범하기도 했다.지엽적인 번지수 문제를 덮어놓고 본다면, 대체로 망원동과 합정동은 도로 양편의 상점들로 구분되었다. 성산동과 망원동 사이는, 망원동 쪽으로는 요꼬공장, 함석집, 무슨 설비, 간혹 보이는 선술집과 작부집, 자전거포로 어지럽고, 성산동 쪽은 가정집의 담벼락..
용납되지 못했던 기억의 22장 10절을 찢어... 왜 저 강물이 허연 김을 풀어내며 얼어붙지 못한 채 겨울의 바닥을 기어가고 있는 지 아는가? 자신의 대륙을 떠나온 새가 캑캑 울며 불면의 밤을 지새우다 죽어버린 이 낯선 섬. 섬이라고 부르기에 너무 옹졸하여 대신할 이름을 찾지 못하여 강이 뻘을 토해낸 이 곳에서 은행나무 잎이 모두 떨어져 내리고 더 이상 추위를 피할 곳을 찾지 못할 때, 강물마저 얼어터져 버린다면 추억을 매장할 외로운 어느 곳을 더 이상 찾을 수 없다. 사공은 강 건너편에서 잠이 들었고, 물에 젖은 검불더미로는 불을 피울 수 없었다. 추위를 면하고자 시간이 남기고 갔던 사랑이라는 것에 마지막 불을 붙였다. 네 편지 속에 깃들었던 향기는 유황냄새 속에 스며들고, 쓰여있던 단어들이 빠지직 거..
어금니 깊숙히 찔러 넣은 마취주사 때문에 목구멍 절반이 마비된 채, 건널목에 서서 가을 속으로 햇빛을 쨍쨍 반사하며 질주하는 차들 너머로 몽롱한 거리를 보았다. "물질이 없는 정신만 있는 현실이라는 것이 존재할까?" 있을 수 있겠지만, 물질과 정신이 마구잡이로 뒤섞여 물질이 정신의 한계를 짓고 정신이 물질에 영향을 미치는 이 사바 세계와는 다르리라는 것,물질이라는 한계가 없는 쾌락과 고통으로 가득한 현실이 존재하며, 그 쾌락과 고통에는 몸이 없으리라는 것, 그것이 결론이었다.ix-xmmxiv
몸뚱이와 꼬리만 있는 요사스러운 말 ‘그날, 바다’를 본 아내가 물었다, “왜 침몰시킨거야?” 이전에는 “왜 사고가 난거야?”라고 물었다. 급변침, 유병언, 화물과적, 평형수, 선박불법개조...... 그리고 과거로부터의 적폐. 대가리없이 몸뚱이와 꼬리만 있는 요사스러운 말로는 아이들과 승객들의 죽음을 설명하지 못했다. ‘왜 침몰시킨거야?”라는 질문은 ‘누가’, ‘무엇 때문에’가 밝혀지지 않는 한, 결코 답이 될 수 없다고 선언하고 있다. xxvii-vmmxvi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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