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강에 대한 멋진 말은 산경표를 지어 백두대간의 개념을 확고히 한 여암 신경준(1712~1781)의 글에 있다. 그의 산수고(山水考)에 보면,"하나의 근본에서 만 갈래로 나누어지는 것은 산이요. 만가지 다른 것이 모여서 하나로 합하는 것은 물이다"(一本而分萬者山也 萬殊而合一者水也)라고 쓰여 있다. 그리고 "팔로(팔도)의 여러 물은 합하여 12수(水)가 되고, 12수는 합하여 바다가 된다"고 그는 우리의 산하를 표현한다. 그러니 만가지의 다른 물이 모여 합하고 합하여 강이 되고 결국 바다로 합하는 것이다. 개울과 개천이 지류가 되고 강이 되면서 강의 폭은 넓어지고 그 유역은 광대해져 갯벌과 뒤섞이며 바다로 흐르는 것이 강이고, 지류가 몸을 섞으며 이름을 달리하는 것이 강이다. 그래서 한강만 하여도, 남..
때문에 슬프거나, 조금 더 삶에 대한 갈증을 느낄 수 있겠지만, 비틀거리던 생의 어느 날이 자신을 이끌고 이 곳으로 왔을 것... 자유란 짜오프라야 강변의 높게 솟은 벵갈나무의 짙은 그늘 아래 평상을 내어놓고 그 위에 앉아 몇일이고 강물을 바라보는 것인지도 모른다. 숨막히는 남국의 습기와 열기 속 일지라도, 살아가는 중에 며칠은 이렇게 잠잠한 강 가에서 새벽을 맞이하고 싶다. 아무런 이유는 없다. 강물을 바라보면, 자유란 철학스럽거나 보편스러운 것 따위와는 별개다. 강물의 흐름을 따라 아침의 싱그러움이 스며들었고, 열대 몬순의 시간이 지닌 넉넉함과 석양이 지면서 바람이 잔잔하게 불어올 즈음엔, 턱을 괴고 강물을 바라보면 자유란 이런 것일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문득 드는 것이다. 강은 끄룽텝 마하나콘,..
갯벌은 아름답다. 오후 네시나 다섯시이면 더욱 그렇다. 뻘은 수분을 머금고, 수분은 빛을 껴안아 어디가 뻘이고 어디가 바다인지 모르게 발광하는 오후라면 차라리 눈을 감고 싶을 정도로 갯벌은 아름답다. 아침에는 조금 우울해 보일지 몰라도 맨발로 갯가로 나가면 대지의 끝을 흐르는 온갖 습기와 찰진 흙의 연약하고도 강고한 생명력을 차디찬 촉감으로 읽을 수 있다. 밀물이 갯벌을 따라 밀려오고 빠지며 내는 함성은 조용하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하다. 밀물이 차며 들어올 때 빠지던 바닷물은 뒷물에 다시 밀리고 밀려가며 만조로 차오르면, 뻘 아래에서 숨을 죽이고 있던 조개는 뻘을 토해내며 짠물을 받아들이고 소라와 고동은 다시 물결에 흔들리며 보글보글 꿈을 꿀 것이다. 다시 썰물이 되면 소란스럽던 바닥은 드러나고 웅덩이에..
눈물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되기까지 열차가 지나가기 까지 계절로 가득합니다. 철길 위로 오후의 햇빛이 반짝이고, 가령 亡命이라든가, 개암나무 잎, 그리움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입맞춤하는 시간들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대합실은 여름이면 서늘하고, 겨울이면 난로에 조개탄을 땝니다. 그러나 늘 사람은 없습니다. 단지 열차가 지나는 도시와 소읍의 이름이 적혀진 시각표가 벽에 걸려있고, 그 옆에 누가 썼는지 모르지만... 그들은 돈벌이를 위하여 밤길을 달리거나, 아무도 모르는 저들만의 사랑을 하기 위하여 그 겨울밤을 건너왔다. 저들의 은밀한 살 냄새와 체온 같은 것, 기나긴 불면의 밤 끝에 맞이하는 먼 동네의 아침, 그런 것이 사무치도록 그리웠다 라고 쓰여 있습니다. 이 글을 보면 마지막으로 한번 만이라도 이..
이유없는 생애를 짊어지고 가는 자들 도시는 북쪽 언덕 위에서 남쪽으로 허물어진다. 오후의 햇살은 도시보다 낮게 포복한다. 해가 질 무렵이면 도시의 뒤를 감싸고 있는 산맥의 메마른 암벽에 빛이 부딪혀 도시는 황금빛으로 발광을 하고 골목 깊숙히 석양은 들어차기 시작한다.인터카라스의 거실 한쪽 그림자 밑에는 이역의 땅에서 하루 일과를 마친 사람들이 흘러들어와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다. 거실에 배인 양고기의 누린내를 몰아내기 위한 탓도 있으나 무료한 탓이다. 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서로 말을 섞지 않는다. 식탁에 앉아 함께 밥을 먹으면서도 어디에서 왔느냐 무엇을 하느냐 말을 건네는 법이 없다. 하루의 피로가 그들을 멍한 침묵의 구석으로 몰아넣는 것이다.저녁이 여물면 골목의 전선 사이로 까마귀들이 날아올라 담과 건..
그 안이 텅비어 바깥마저 사라져버린 것들... 언제였던가...... 저런 곳에 쪽방을 얻어 살던 생애의 언저리가 있었어. 오후가 익어가면 철길을 따라 열차가 지나갔어. 어느 작가는 여기를 '국도의 끝'이라고 했지. 그렇지만 끝은 무토막 자른듯하지 못해서 끝을 찾지 못했어. 아니 그보다는 찾지 않고 그 끝에 잠시 머물기로 한 것 같아. 노을빛이 철길을 건너 온 그 날, 끓는 다싯물에 돼지고기와 묵은 김치를 잘라 넣으며, 사는 게 재미없지만, 간혹, 이유없이, 아름답다는 것 때문에, 이 놈의 인생이라는 것을 조금 용서해주기로 했지. 골목의 집들은 하나씩 비었어. 불빛들이 사라지고 창의 유리창이 깨지더니 벽에 이끼가 끼고 균열이 생겼지. 사람을 위하여 만든 것들이 마침내 사람이 사라져버리면, 얼마나 착찹한 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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