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 그림은 영화 '경주'에 나온 만화다. 박해일이 하룻밤을 보내게 되는 신민아의 집에 걸려 있었다.이 만화는 1924년 중국에서 발간한 '우리들의 7월(我們的七月)'고 한다. 풍자개(豐潤 : 號 子愷, 1898~1975)가 그렸고, 만화에 나오는 '人散後, 一鉤新月天如水'라는 글귀는 송나라 때 시인 사일(謝逸 : 1068~1112)이 당시에 유행했던 천추세(千秋歲 : 아주 오랜 세월)라는 곡에 붙인 가사(宋詞)인 여름풍경(夏景)의 마지막 구절이다.나는 시(詩)보다 사(詞)를 좋아한다. 송나라 강기(姜夔)는 그의 백석도인시설(白石道人詩說)에서 대체로 보아 詩는 기상, 체면, 혈맥, 운도를 갖추고 있다. 기상은 온화하며 정이 두텁기를 바라는 바, 자칫하면 저속해 진다. 체면은 넓고 큰 것을 지향하지만, 자..
'나는 것에 대한 경쾌하고도 음울한 몽상' 中 3과 3/7에는 읽어보지 못한 책 속의 132페이지와 3/7에는 날아가는 것들의 불확정적 자아의 소멸에 관한 연금술에 대하여 쓰여 있지만, 그것을 읽을 즈음에는 무게를 둘러싼 집요한 논쟁에 휩쓸리고 있었다. 무게란? 너무나 가벼워 날아 가버릴 지도 모르는 모든 것들, 추락하지 못한 시금털털한 조락에 불과한 것들, 가령 불순한 정신의 화합물을 꾸겨 담아 놓은 영혼이라는 봉지에는 한낱 욕정의 부산물인 사랑이 폐기된 채 부패하고 있었고, 탈구된 일상의 그림자인 나의 인생이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런 것이었다. 햇빛과 부뚜막을, 하다못해 수채 구멍을 이해하도록 준엄하게 그들은 심판하였고 그만 그 무게에 나는 짓눌리고 말았던 것이다. xxi-ivmmv
사월은 황사와 함께 시작한다. 그래서 이 봄에 눈을 감았던 것 같다. 그리고 밤 중. 담배를 피우기 위하여 집 밖으로 나왔을 때, 라일락이 피어난 것을 불현듯 깨닫는다. 목련은 져버렸고. 올망졸망 꽃은 가녀린 불빛을 삼키고 다시 빛을 토하며 골목에 드리워져 있다. 라일락 꽃잎이 빛을 발하면 밤바람은 부드럽고, 음악처럼 산보를 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자정이 오기 전까지 라일락 향기가 뚝뚝 떨어지는 거리와 골목길을 거닐던 젊은 날들은 이제 가버렸다. 아니 그보다는 갈증이, 세상에 대한 열광이, 오지 않은 것에 대한 그리움이, 소리치고 싶은 나날들이, 울분과 환호, 그런 것들이 내 몸에서 다 빠져나간 탓일게다. 용서해다오... 이것이 세상에 대한 나의 죄이다. xviii-ivmmvi
잃어버리면 안되는 것을 잊어버리기 위하여, 느껴야 할 것을 단지 생각만 하기 위하여, 글로 쓸 수 없는 것들을 쓰고자 했던 탓에... 강의 칠흑같은 나신으로부터 하얀 김이 올라왔다. 하얀 김은 또 다른 김과 섞이고 추운 대기 속에 풀어지면서 안개가 된다. 강 건너편 강변도로 위의 가로등에서 날라온 빛이 안개의 입자에 부딪혔고 다른 입자로 반사되며, 다시 섬의 외등빛과 함께 비벼진다.그리고 강변의 숲과 가지를 빛으로 감쌌다.안개에 갇혀 날아가지 못한 빛은, 안개 속에 산란하고 또 산란된 빛을 잉태하며 빛의 덩어리가 되었다. 빛의 덩어리는 안개로 풀리며 춤을 추듯 검은 강물을 따라 흘려갔고 섬 주변으로 풀려지고 스민다.잎이 진 은행나무의 단조로운 가지와 미루나무, 은사시나무의 가지들이 섞여 빛을 거스르고 있..
가슴의 내륙을 돌아 뼈 속으로 스미는... 어제는 맑았는데, 새벽에는 가을비가 내렸다. 빗소리에 어둠이 조금씩 씻겨가더니 아침이 왔다. 도로는 젖은 낙엽들로 물들어 있다. 가을은 젖고 떨어지고 밟히고 말라바스러지며 조금씩 겨울의 낮은 햇빛 속으로 흘러들어가 먼지처럼 사라져버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 조락에서 사멸에 이르기까지의 느릿한 추이를 몽상할 수는 없지만, 이울고 떨어지고 죽고 사라지는 추이의 끝에 마침내 주검마저 사라져버린다는 기약은 처절하게 아름답다. 죽어서 사라지는 시간은, 살아서 죽기까지의 한 생애보다 더 오래된 전설일 수도 있다. 낙엽을 태우며, 봄에서 한 여름을 지나 자신들의 세포 속에 간직했어야만 했던 메마른 낙엽이 피워올리는 낮은 냄새를 들을 수도 있다. 산다는 것은 분명 치사하고 아니..
외로움을 느껴보지 못한 남자의, 한 여자에 대한 사랑 시간을 보내기 위하여 추억하거나 생각을 해야만 합니다. 아니면 실명이 심해지면서 거의 글을 쓸 수 없었던 보르헤스처럼 입 속으로 자신의 환상을 계속 되새기며 짧은 소설을 연금해 내던가 말입니다. 해가 떠오를 즈음, 까마귀가 날아다녔지요. 플라터너스의 우듬지에 제비가 날아다니더니 전선 위에 새 한마리가 앉았습니다. 아주 못생기고 삐쩍 말랐지만, 새벽의 새소리는 한 모금의 샘물처럼 시원했습니다. 아스팔트 위로 노란 아침 햇살이 드리워지고, 그림자가 서쪽을 향하여 걸어갔습니다. 그러자 환청처럼 여름 냄새가 왈칵 쏟아져 내립니다. 새벽을 맞이하며 인생이나 비극과 같은 것을 떠올리게 되는 이 주책은 무엇인지? 그것보다는 저의 무의미한 나날들 속으로 흘러드는 풍..
- Total
- Today
- Yesterday
- 국도의끝
- Tehran
- 苦
- 편지
- 간이역
- 격포
- Process
- 합정동
- PhraAthit
- 지옥의47번지2호
- 가을
- 생애의언저리
- 窓
- 염호
- 산수고
- Iran
- 바람
- SenadoSquare
- Requiem
- Brahman
- 旅
- 間
- 오후
- 섬
- 山河
- 겨울
- 道
- zayandeh
- 罪
- 봄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5 | 6 |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