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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사를 다녀와서

旅인 2018. 6. 12. 23:17

당목으로 종을 깨져라 칠 때, 그 소리가 구리의 것인지, 나무의 것인지, 아니면 구리의 것이자 나무의 것인지, 그 반대인지 나는 차마 알 수 없다. 소리는 자성이 없는 것이라서 결국 나무와 구리와 시간이 버무려져야 나는 것일진데, 버무려진 범종의 소리는 흐트러져 문득 공(空)이 되어, 산사의 밤을 토해내고 아침을 만들어낸다.

목어와 법고와 운판의 소리 또한 이와 같으니, 산사에서 하루를 열고 닫는 소리의 이치 또한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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