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illow Book ; 枕草子 마쿠라노소시(枕草子)에는 '다음날 아침의 편지'(後朝便紙)라는 것이 나온다. 밤을 함께 보내고 새벽에 돌아간 남자가 보낸 편지다. 몸을 섞은 후 서로의 체취가 사라지기 전에 편지를 곧바로 보내지 않거나, 편지에 답장을 하지 않으면 두 사람의 관계가 끊어지고 만다고 책의 귀퉁이에 쓰여 있다. 첫날 하루에 한하는 것인지, 관계를 가질 때마다 편지를 보내야 하는 지에 대해서는 부언되어 있지 않다. 몸보다 글을 나누는 것이 더 중요했던 시대... xiv-viimmxiv 마쿠라노소시는 1001년경 초고가 세이 쇼나곤(淸 少納言)이라는 궁녀(女房)에 의해 완성되었다고 한다. 무라사키 시키부(紫 式部) 또한 같은 뇨보(女房)로 겐지이야기(源氏物語)를 쓴다. 경쟁자이기도 한 이 ..
PM 3:27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세상이 나를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날이 있다.가을이 텅비어버려 하늘이 파랗던 날, 평상 위의 고추는 자줏빛으로 햇볕을 머금고 있다. 마침 바람부는 언덕 위에 내 생애를 햇살 아래 마악 널어놓은 참이다.언덕 위에서 내려다 본 마을은 먼지와 가을 햇살 속으로 눈부시게 소실되고 산맥과 하늘은 까마득해서 전설같은데, 자신의 벗은 몸을 햇빛으로 가린 개울이 산과 들 사이로 스며들고 있다.이때는 내 생애 속으로 덜거덕 정차한 세상의 오후 세시 이십칠분.마침내 세상이 나를 살고 있었다는 것을 눈부신 햇살 아래, 느긋한 마음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다 그런 것이었다. 내가 세상을 살아가기가 힘들었던 것이 아니라, 세상이 나를 살아가기가 힘들었다는 이 나른..
천사가 있다. 존재하지도 않았지만, 이름은 있다.그 이름은 누(Nu:)라고 한다. 사실은 기의(記意: signifié)가 없는 기표(記表: signifiant)가 있을 수 있는가를 테스트하기 위하여 만든 것이다. 그런데 기의없이 기표 만 떠돌다보면 기의가 만들어진다. 그것이 바로 형이상학 즉 노가리 또는 사기라는 것이다.세상에 Nu;라는 실체(記意)가 없는 이름(記表)을 던져놓는다면, 이름은 Nu:라는 갖은 허울로 치장된 영원불멸의 천사를 만들 것이며, Nu:의 존재에 대한 신학 또한 만들어질 것이다. xxviii-xmmix
우파니샤드를 다시 읽는다. 인도의 지혜는 신을 찾아 헤매다가 결국 자신에게 돌아온다. 108개의 스승의 아래 가까이 앉아 배운 지혜서 중 13개의 우파니샤드, 그것도 짤리고 얼마남지 않은 글 속에서 아득하여 실체를 알 수 없는 진리가 하나로 돌아가는 것(萬法歸一)을 바라볼 수 있다. 우파니샤드 속에서 말하여지는 것과 부처의 말씀 사이에 어떠한 차이도 찾아볼 수 없다. 단지 단어만 다를 뿐. 말(言)이란 진리에 다가가는 도구이자, 진리에 다가가는 것을 가로막는 장애이다. 부처는 神(Brahman)과 自我(Atman)를 죽인다. 하지만 결국 空*Sunya : Sunya는 zero 혹은 Nothingness라는 의미이다. 하지만 불교적으로는 생멸하는 유의법의 반대인 진여의 상태를 말한다. 즉 일체의 연기에 의..
중국의 왕이 자신의 땅을 天下라고 했다면, 우리는 山河라 한다. 하늘 아래가 다 자신의 땅이라는 대륙의 오만방자함에 대하여, 산과 강이 어울어진 곳을 우리의 땅이라고 한다.하나의 뿌리가 갈라져 산맥이 되고 다시 갈라져 산이 되며, 또 다시 갈라져 언덕과 구릉이 되다 못해 야트막한 평야가 되어 지평선을 이루기 전에 갯벌로 바다 위에 몸을 풀고, 갈라진 산과 들의 틈서리에서 쏫아난 무수한 샘들은 바위와 돌틈을 지나 개울로 합하고 산곡간의 개울은 다시 합하여 개천이 되어 산모서리를 돌아 결국 강으로 합한다. 강 또한 합하고 합하여 평야에 젓줄을 대며 그 유역이 넓어지다가 갯벌 위로 포개지면서 바다로 스미니, 이 땅의 갈라지고 합함은 촘촘하고 부드러워 비단 위에 강과 산을 수놓은 듯하다 함은 그른 말이 아니다...
- Total
- Today
- Yesterday
- 罪
- 섬
- 山河
- Iran
- 지옥의47번지2호
- 산수고
- 봄
- 염호
- 간이역
- 苦
- 격포
- SenadoSquare
- zayandeh
- 국도의끝
- 가을
- 오후
- 窓
- Brahman
- 間
- 합정동
- Tehran
- Process
- 바람
- 겨울
- 旅
- PhraAthit
- Requiem
- 편지
- 생애의언저리
- 道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