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되기까지 열차가 지나가기 까지 계절로 가득합니다. 철길 위로 오후의 햇빛이 반짝이고, 가령 亡命이라든가, 개암나무 잎, 그리움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입맞춤하는 시간들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대합실은 여름이면 서늘하고, 겨울이면 난로에 조개탄을 땝니다. 그러나 늘 사람은 없습니다. 단지 열차가 지나는 도시와 소읍의 이름이 적혀진 시각표가 벽에 걸려있고, 그 옆에 누가 썼는지 모르지만... 그들은 돈벌이를 위하여 밤길을 달리거나, 아무도 모르는 저들만의 사랑을 하기 위하여 그 겨울밤을 건너왔다. 저들의 은밀한 살 냄새와 체온 같은 것, 기나긴 불면의 밤 끝에 맞이하는 먼 동네의 아침, 그런 것이 사무치도록 그리웠다 라고 쓰여 있습니다. 이 글을 보면 마지막으로 한번 만이라도 이..
PM 3:27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세상이 나를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날이 있다.가을이 텅비어버려 하늘이 파랗던 날, 평상 위의 고추는 자줏빛으로 햇볕을 머금고 있다. 마침 바람부는 언덕 위에 내 생애를 햇살 아래 마악 널어놓은 참이다.언덕 위에서 내려다 본 마을은 먼지와 가을 햇살 속으로 눈부시게 소실되고 산맥과 하늘은 까마득해서 전설같은데, 자신의 벗은 몸을 햇빛으로 가린 개울이 산과 들 사이로 스며들고 있다.이때는 내 생애 속으로 덜거덕 정차한 세상의 오후 세시 이십칠분.마침내 세상이 나를 살고 있었다는 것을 눈부신 햇살 아래, 느긋한 마음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다 그런 것이었다. 내가 세상을 살아가기가 힘들었던 것이 아니라, 세상이 나를 살아가기가 힘들었다는 이 나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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