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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좌표 한 점이 되어라
바람의 무리에 속하는 줄 알았으나, 나는 대지와 대지의 특정한 좌표에 매여있는 사람이다. 이 도시의 빌딩과 그 너머로 간헐적으로 바라보이는 산과 들의 윤곽 너머를 더 이상 상상하지 못하게 되었다. 나는 여기까지 떠밀려 온 것이다. 그리고 자유나 사랑 그리고 진실이라든가 우정 등을 더 이상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저녁이 무너지는 밤에, 바람을 맞이하며 라디오를 듣거나, 지하로 내려가 세상 구석의 슬픈 노래를 들으며, 내가 더 이상 생각하지 않게 된 것들이, 아스라하고 그립고 또 그만큼 아름다웠던 것이라고, 속삭이면서도, 지금의 나를, 예전보다 더 아끼게 된 것은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아마 더 이상 너를 그리워하거나 사랑할 나이가 아닌 탓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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