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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cabulum

바람의 무리-6

旅인 2018. 6. 11. 15:46

매미는 태양의 무리일까

매미는 뜨거운 햇볕을 향해 우는 태양의 무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바람이 불고 나뭇잎이 흔들리자 매미가 울었다. 어렸을 적에, 잠자리나 매미 심지어는 파리의 날개라도 떼어낸다면, 바람이 눈물을 흘릴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바람이 눈물을 흘리게 되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 아직도 모른다. 하지만 나무가지에 깃들어 바람에 자지러지게 울고 굼벵이로 천적(거미, 사마귀, 말벌 등)을 피해 소수의 해(3년, 5년, 7년, 11년, 13년, 17년 등) 동안 땅 밑 어둠 속에서 살다가, 햇빛 좋은 어느 여름날, 나무를 타고 기어올라 태양를 향해 한달동안 자지러지게 울다가, 바람처럼 사라지는 이 서글픈 곤충 또한 바람의 무리라고 해주자.

폭염의 열기가 꺽인 어느 날이었다. 근무가 끝나갈 무렵인 오후 7시 40분, 해가 졌다. '배미향의 저녁스케치'를 듣다가 문득 주변을 에워 싼 어둠의 기척을 느꼈다. 라디오의 소리를 낮췄다. 대신 밤벌레 소리가 들렸다. 가을일지도 몰랐다. 벌레들은 밤공기를 깨물어먹거나 어둠을 갉아먹는 소리를 냈다. 매미가 바람의 무리라면 어둠을 갉아먹는 이 벌레들이야말로 태양의 무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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