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vocabulum

바람의 무리-5

旅인 2018. 6. 11. 15:44

새, 공기가 지닌 질량의 우아함에 대하여

작은 것이란 하찮고 불쌍하다. 참새의 다리는 가늘다 못해 투명하고, 심장의 크기는 콩알보다 작을 것이다. 참새들을 보면서 죽어서 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접기로 했다. 참새가 날아갈 수 있는 최대거리는 백미터 쯤이나 될까? 참새가 바람을 품고 활공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선회를 하는 것도 보지 못했다. 벌레처럼 날개를 퍼덕여서 직선으로 몇십미터를 날아가 폴싹 앉는 것이 고작이다. 멀리 날 수가 없는 탓에 텃새인 것이다. 아마 반경 1Km 정도의 공간에서 3~5년 정도를 살다가 죽고 먼지처럼 사라질 것이다.

놈들은 먼지처럼 난다. 바람의 무리라기에는 오히려 땅의 무리, 먼지처럼 보인다. 모이를 먹으러 떼지어 오는 녀석들의 모습은 바람결에 날려온 먼지다. 또 쌀알을 쪼아먹은 녀석들은 갈색 날개를 파다닥, 건너편 화단으로 먼지처럼 사라진다.

비둘기를 이제는 '하늘의 쥐'라고 한다. 먹성에 개체수가 많아진 탓이다. 지켜본 바로는 비둘기는 평화롭다. 배고픈 놈들은 우리가 참새에게 주는 모이를 탐하기는 해도, 참새들에게 해코지를 하는 일은 없다. 참새들도 비둘기를 꺼려하지 않는다. 비둘기와 머리를 마주하고 함께 모이를 열심히 쪼아 먹을 뿐이다. 비둘기가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가는 모습이나, 둥그렇게 활공을 하며 내려앉는 모습은 우아하다. 그 모습을 보면 공기가 지닌 질량의 우아함이 어떤 것인지 추리할 수 있다. 모이를 먹지 못하도록 쫓아도 비둘기는 성내거나 마음에 새겨두는 일이 없다. 참새들은 우리가 준 모이를 열심히 받아먹으면서도 우리와 늘 거리를 둔다. 비둘기는 모이를 준다면 내 손바닥에라도 뛰어들 것 같다.

하지만 바람의 무리라고 하기에는 비둘기들은 너무 살쪄있다.

이 동네에는 까마귀와 제비 등 다른 새는 드물다. 누군가 그러는데 주변에 매가 산다고 한다. 매 뿐 만 아니라 수시로 헬리콥터가 내 머리 위를 스쳐지났다. 헬리콥터도 바람의 무리가 아닌 것 같다. 중력의 무게를 프로펠러로 어거지로 거스르며 기어이 기어이 날아가는 그런 땅의 무리같다.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03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