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좌표 한 점이 되어라 바람의 무리에 속하는 줄 알았으나, 나는 대지와 대지의 특정한 좌표에 매여있는 사람이다. 이 도시의 빌딩과 그 너머로 간헐적으로 바라보이는 산과 들의 윤곽 너머를 더 이상 상상하지 못하게 되었다. 나는 여기까지 떠밀려 온 것이다. 그리고 자유나 사랑 그리고 진실이라든가 우정 등을 더 이상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저녁이 무너지는 밤에, 바람을 맞이하며 라디오를 듣거나, 지하로 내려가 세상 구석의 슬픈 노래를 들으며, 내가 더 이상 생각하지 않게 된 것들이, 아스라하고 그립고 또 그만큼 아름다웠던 것이라고, 속삭이면서도, 지금의 나를, 예전보다 더 아끼게 된 것은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아마 더 이상 너를 그리워하거나 사랑할 나이가 아닌 탓인지도 모른다.
노래에 영혼이 있는 것은 아닐까 고대에는 시(詩)를 바람(風)이라고도 했다. 그 바람은 들(민중)에서 노래가 되어 제왕의 침전으로 흘러들었다. 어느 한 개인의 노래라면, "시경의 노래를 전반적으로 평하자면 생각에 사악함이 없는 것이다"라고 공자께서 말씀하지 않았을 것이다. 마르세유의 노래(La Marseillaise)가 민중 속에서 울려퍼질 때 혁명의 바람이 프랑스를 휩쓸었고, 임을 위한 행진곡이 민중 속에서 소리 높게 울릴 때, 거기에는 결단코 사악함이 없다. 개인이 사악한 것이지, 민중은 사악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노래는 가볍고 바람처럼 세상의 모든 방향으로 퍼져나간다. 바람이 불면 풀이 눕고 나무잎이 흔들리듯 세상은 그 노래를 듣는다.바람둥이를 한자로 쓴다면, 風人일 것이다. 하지만 풍인이란 나..
매미는 태양의 무리일까 매미는 뜨거운 햇볕을 향해 우는 태양의 무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바람이 불고 나뭇잎이 흔들리자 매미가 울었다. 어렸을 적에, 잠자리나 매미 심지어는 파리의 날개라도 떼어낸다면, 바람이 눈물을 흘릴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바람이 눈물을 흘리게 되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 아직도 모른다. 하지만 나무가지에 깃들어 바람에 자지러지게 울고 굼벵이로 천적(거미, 사마귀, 말벌 등)을 피해 소수의 해(3년, 5년, 7년, 11년, 13년, 17년 등) 동안 땅 밑 어둠 속에서 살다가, 햇빛 좋은 어느 여름날, 나무를 타고 기어올라 태양를 향해 한달동안 자지러지게 울다가, 바람처럼 사라지는 이 서글픈 곤충 또한 바람의 무리라고 해주자.폭염의 열기가 꺽인 어느 날이었다. 근무가 끝나갈 ..
새, 공기가 지닌 질량의 우아함에 대하여 작은 것이란 하찮고 불쌍하다. 참새의 다리는 가늘다 못해 투명하고, 심장의 크기는 콩알보다 작을 것이다. 참새들을 보면서 죽어서 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접기로 했다. 참새가 날아갈 수 있는 최대거리는 백미터 쯤이나 될까? 참새가 바람을 품고 활공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선회를 하는 것도 보지 못했다. 벌레처럼 날개를 퍼덕여서 직선으로 몇십미터를 날아가 폴싹 앉는 것이 고작이다. 멀리 날 수가 없는 탓에 텃새인 것이다. 아마 반경 1Km 정도의 공간에서 3~5년 정도를 살다가 죽고 먼지처럼 사라질 것이다.놈들은 먼지처럼 난다. 바람의 무리라기에는 오히려 땅의 무리, 먼지처럼 보인다. 모이를 먹으러 떼지어 오는 녀석들의 모습은 바람결에 날려온 먼지다. 또 쌀알..
바람도 가야할 길이 있다니 해류가 바다 속의 길(道)이나 골, 온도 그리고 염분의 밀도에 따라 흐르듯, 바람도 공기 속 길을 따라 흐른다. 길 건너편에는 동서로 난 길(골)을 따라 바람이 무시로 불었고 나무들은 가지를 벌리고 바람을 맞이했다. 나무들은 팝 컨서트에 온 젊은이들이 손을 들어 박수치는 모양으로 가지를 흔들었다. 길 건너 나무들은 8월의 바람에 열광하는 듯 했다. 정작 내 주변의 나무들은 숨 죽인 채 8월의 염천을 노려보고 있다.계절이 바뀌려면.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어야 한다. 금년 8월에는 비가 오지 않았고, 바람의 방향에도 두서가 없었다. 때론 북서, 때론 동남, 때론 동, 서를 가리지 않았다. 바람은 잔잔했고 부는 시간도 짧았다. 바람이 멈추면 숨이 턱턱 막혔다.
......떠 다닐 수 있는 것에 대한 허전한 묵상 여기는 아스팔트 위, 8월이 지글거리며 익는다. 길 위에서 나는 일한다. 일이라기 보다, 어쩌면, 생이라는 것에 쓸데없이 끌려다니다, 어쩔 수 없이 여기까지 왔고, 품을 팔게 되었다. 일당을 정산한 후, 까맣게 내린 밤을 따라 집으로 가는 여벌의 시간은 헐겁다. 나의 노동이란 이렇게 하찮은 것이다. 8월동안 하루에 300ml의 보온병에 냉수를 대여섯번 씩 채웠다. 몇 모금의 갈증으로 보온병의 찬물은 바닥이 난다. 새로 채운 물은 8월의 태양과 열기에 달궈진 육신의 빈 속으로 흘러들었다. 하지만 나는 허기와 같이 갈증이 시작되는 그 허황한 빈 곳을 알지 못한다. 그 허황한 빈 곳에 채워진 물이 넘치는지 몸의 거죽으로 배어나와 땀이 되었다. 기진할 정도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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